[기고문] 95세 피고인의 구속, 법치주의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7-07 17:03:37

이상권(93) 대한민국 월남 참전지회 서울시 도봉구지회 前 회장.

형사재판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절차와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최근 만 95세의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구속되면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혐의의 유·무죄를 넘어 사법절차의 적정성과 인권 보장이라는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는 6.25 전쟁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청년기를 보내고,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운 세대의 마지막 증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에게 제기된 혐의는 법정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쳐 판단받아야 한다. 누구도 법 앞에 예외일 수 없으며, 종교지도자라 해서 법적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 피고인을 사실상 유죄로 단정하는 시선 역시 우리 형사사법의 기본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피고인의 연령이다. 초고령의 피고인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과연 불가피한 선택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은 처벌이 아니라 재판을 위한 예외적 강제처분이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제도이며, 가능하다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형사사법의 일반 원칙으로 받아들여진다.

신천지예수교회 측은 그동안 수사기관의 조사와 압수수색 등에 성실히 협조해 왔으며, 이미 상당수의 자료가 확보된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도 재판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은 법원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사안이지만, 적어도 구속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 자체는 충분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도 이번 사건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세계적인 종교사회학자 마시모 인트로비녜는 국제 종교·인권 전문매체 비터윈터를 통해 이번 사건을 소개하며, 초고령 종교지도자의 구속과 종교 자유 문제를 함께 언급했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이유는 특정 종교를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사회가 형사절차와 기본권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이며, 법치주의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그렇기에 사법절차 또한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공정성과 절제된 운영이 요구된다.

재판은 법정에서 증거와 법리에 따라 진행되면 된다.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재판의 공정성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다양한 재판 진행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초고령 피고인의 경우 건강과 인도적 요소 역시 사법적 판단에서 함께 고려될 가치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사건의 결론은 결국 법원이 내릴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이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적법절차와 인권 보장이야말로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95세 종교지도자의 구속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는 분명하다. 유죄와 무죄의 판단은 재판이 끝난 뒤 내려져야 하며, 그 과정 또한 국민과 국제사회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절차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 사법의 품격을 보여주는 길이자, 헌법이 지향하는 법치주의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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