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국전쟁 함께 기억하자”… 미국 학생 감동시킨 평내고의 특별한 국제교류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6-16 15:31:25

보훈·평화·국제교류 결합한 평내고만의 교육 모델 주목
미국 학생들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은 프로그램”호평
학생들 “평화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가치”공감

 평내고등학교(교장 이준호)는 지난 6월 12일 미국 국제교류교육협회(CIEE) 고교생들을 초청하여 ‘Re;Member and Welcome, Global Navigators from the United States’라는 주제로 뜻깊은 국제교류 행사를 개최했다. (남양주구리교육지원청= 제공)

[애플온뉴스 남양주=이성애 기자] “한국전쟁은 끝난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평화를 가능하게 한 역사입니다.”

남양주시 평내교 이화수 교사는 16일 “학생들이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고, 평화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고교생 100여 명이 경기 남양주시 평내고등학교를 찾았다. 단순한 문화체험이나 영어 교류를 위한 만남이 아니었다. 76년 전 한국전쟁 속에서 맺어진 인연을 되새기고, 미래 세대가 함께 평화의 가치를 이어가자는 특별한 교육 현장이었다.

평내고등학교(교장 이준호)는 지난 12일 미국 국제교류교육협회(CIEE) 소속 고교생 86명과 인솔자 등 100여 명을 초청해 "Re;Member and Welcome, Global Navigators from the United States" 국제교류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2026 유네스코학교 및 유엔참전국 글로벌 아카데미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평내고등학교(교장 이준호)는 지난 6월 12일 미국 국제교류교육협회(CIEE) 고교생들을 초청하여 ‘Re;Member and Welcome, Global Navigators from the United States’라는 주제로 뜻깊은 국제교류 행사를 개최했다. (남양주구리교육지원청= 제공)

◆ ‘잊혀진 전쟁’에서 ‘기억하는 평화’로

평내고의 국제교류는 일반적인 학교 간 문화교류와 결이 다르다.

행사의 중심에는 한국전쟁과 보훈, 그리고 평화가 있었다.

특히 학생들은 남양주시의 대표적인 보훈 자산인 미25사단의 한강 도하작전 등 지역의 역사적 기록을 배우며 한국전쟁을 단순한 교과서 속 사건이 아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행사 담당 이화수 교사는 애플온뉴스와의 통화에서 “고등학생들은 일제강점기나 항일운동은 많이 배우지만 한국전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이번 교류를 통해 학생들이 남양주의 보훈 기록과 한국전쟁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한국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앞으로는 우리가 다른 나라를 돕는 책임 있는 국가로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도 학생들이 많이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평내고등학교(교장 이준호)는 지난 6월 12일 미국 국제교류교육협회(CIEE) 고교생들을 초청하여 ‘Re;Member and Welcome, Global Navigators from the United States’라는 주제로 뜻깊은 국제교류 행사를 개최했다. (남양주구리교육지원청= 제공)

◆ “K-문화가 정말 인기 있구나”… 학생들 자부심 커져

국제교류의 또 다른 성과는 학생들의 문화적 자신감이었다.

학생들은 미국 학생들과 K-POP, 드라마, 음식, 전통문화 등을 주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체감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만 K-문화의 인기를 접했다면 이번에는 외국 학생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실제로 행사에 참여한 임주혜(평내고·17) 학생은 미국 학생들과의 만남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임 학생은 “처음에는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지만 서로 좋아하는 영화와 드라마 이야기를 하며 금세 친해졌다”며 “국적은 달라도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큰 유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애리조나에서 온 친구가 작별 인사와 함께 행운을 의미하는 2달러 지폐를 선물해 줬는데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뜻깊은 선물을 받아 정말 행복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에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열리는 ‘프롬(Prom)’ 문화가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며 “몇 달 전부터 파트너를 정하고 옷을 준비할 만큼 미국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행사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평내고등학교(교장 이준호)는 지난 6월 12일 미국 국제교류교육협회(CIEE) 고교생들을 초청하여 ‘Re;Member and Welcome, Global Navigators from the United States’라는 주제로 뜻깊은 국제교류 행사를 개최했다. (남양주구리교육지원청= 제공)

◆ 미국 학생들 ‘한국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

행사에 대한 반응은 미국 학생들에게서도 뜨겁게 나타났다.

평내고는 미국 CIEE 학생들과 3년째 방문형 국제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이화수 교사에 따르면 지난해 행사 이후 미국 측 관계자는 “한 달 동안 한국에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학생들이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인 곳은 평내고였다”고 평가했다.

올해 역시 행사가 끝난 뒤 미국 학생들이 이메일을 보내 “6개월 또는 1년 정도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다면 꼭 평내고에 오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미국 인솔교사들 역시 “다음에도 학생들을 데리고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요청할 정도로 높은 만족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사는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미국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감사하고, 한국전쟁의 역사를 함께 기억하는 프로그램은 매우 드물다”며 “미국 학생들과 교사들이 그 점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평내고의 국제교류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학교는 국가보훈부의 ‘유엔참전국 글로벌 아카데미’ 사업과 연계해 미국 학교와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 현지 방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학생들이 미국을 방문해 한국전쟁 기념비가 있는 워싱턴 D.C.에서 현지 학생들과 함께 추념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이 국제교류 교육계에 알려지면서 지난해에는 대만의 미국계 학교가 먼저 평내고에 교류를 제안했고, 현재 양교는 MOU를 체결해 정기적인 방문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국경을 넘어선 만남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영어 체험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임주혜 학생은 “한국전쟁을 외국 친구들의 시선으로 함께 바라보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깨달았다”며 “미국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앞으로도 세계 평화를 위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평내고의 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국제교류가 ‘잊혀진 전쟁’을 ‘기억하는 평화’로 바꾸며 미래 세대의 세계시민 교육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평내고등학교(교장 이준호)는 지난 6월 12일 미국 국제교류교육협회(CIEE) 고교생들을 초청하여 ‘Re;Member and Welcome, Global Navigators from the United States’라는 주제로 뜻깊은 국제교류 행사를 개최했다. (남양주구리교육지원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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