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개발의 약속, 시민의 시간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11-01 10:21:36

남양주·구리 신규택지에 쏠린 기대와 걱정
정권을 넘어 이어질 일정과 책임을 보여줘야
남양주와 구리시  택지개발. (AI 제작) 

남양주와 구리에 잇따라 전해진 택지개발 소식이 지역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오랫동안 답보 상태에 놓였던 땅에 새로운 길이 열리고, 주택과 일자리, 생활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은 반갑다. 지역 상권에도 사람이 늘고 도시의 살림살이도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인다.

그러나 발표를 바라보는 시민의 마음에는 걱정도 함께 자리한다. 2030년에 공사를 시작한다면 실제 아파트에 들어가 사는 날은 언제인지, 그사이 정부와 단체장이 바뀌어도 사업이 이어질지 궁금하다. 개발을 반기는 마음과 약속을 선뜻 믿기 어려운 마음이 나란히 있는 것이다.

우선 발표의 의미부터 정확히 짚어야 한다. 신규택지 후보지 발표를 개발에 필요한 모든 승인이 끝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지난 10월 29일 발표한 구리건원 등 신규택지의 일정은 2030년 안에 착공하는 것이 목표다. 남양주도심 역시 2030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제시했다. 시민이 기대하는 입주 시점과는 구분해서 설명해야 한다.

행정이 말하는 ‘공급’과 시민이 생각하는 ‘내 집’ 사이에는 긴 시간이 놓여 있다. 지구 지정과 계획 수립, 보상과 기반시설 조성, 주택 건설을 거쳐야 생활이 시작된다. 발표 자료의 연도 하나만으로는 그 시간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지금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학교에 들어갈 시기가 중요하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는 전월세 계약을 몇 번 더 갱신해야 하는지가 현실이다. 개발구역 안에서 살아온 주민에게는 보상과 이주 이후에도 생업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절박하다. 같은 개발계획을 보면서도 각자가 헤아리는 시간과 사정은 다르다.

구리건원은 기존 이커머스 개발사업이 사업성 부족 등으로 장기간 보류됐던 지역에 공공주택사업 방식으로 새 추진 경로를 제시한 사례다. 어렵게 마련한 계기인 만큼 기대가 크다. 동시에 사업 방식을 바꾼 뒤에는 어떤 근거로 실행 가능성을 높였는지 설명할 책임도 커졌다.

정부가 바뀌면 어떻게 되느냐는 우려에도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누가 사업의 미래를 무조건 보장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막연히 믿고 기다려 달라는 말로 넘길 일도 아니다.

시민의 불안을 줄이는 방법은 사업의 근거를 차곡차곡 쌓는 데 있다.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다음 절차는 언제인지,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공개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업시행자가 맡은 역할도 분명해야 한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이어받을 수 있는 계획과 기록이 있어야 정책의 연속성을 말할 수 있다.

지연 가능성도 설명해야 한다. 보상 협의나 관계기관 협의가 늦어질 경우 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대안은 무엇인지 시민이 알 수 있어야 한다. 목표가 달라졌다면 그 이유와 새 일정을 함께 밝혀야 한다. 불확실성을 감추면 당장의 발표는 빛날 수 있어도 이후의 신뢰는 약해진다.

개발의 내용도 따져야 한다. 아파트가 들어서는 속도에 맞춰 도로와 대중교통, 학교와 돌봄시설이 준비되는가. 기존 주민이 이용하는 도로의 혼잡은 어떻게 줄일 것인가. 새로 들어올 주민과 오래 살아온 주민이 함께 누릴 생활환경을 설계하고 있는가.

도시의 성장은 주택 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출근길이 감당할 만하고, 아이가 안전하게 학교에 다니며,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와 상권, 녹지와 공공시설까지 갖춰질 때 개발의 효과가 일상에 닿는다.

남양주시와 구리시는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시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지난 발표 이후 무엇이 진전됐고 무엇이 남았는지, 해결하지 못한 과제는 무엇인지 같은 기준으로 설명해야 한다. 주민의 질문에 답하는 일 역시 사업을 추진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개발을 기다리는 시민에게 몇 년은 결코 짧지 않다. 그동안 아이는 자라고, 부모는 나이 들며, 가게와 일터의 형편도 달라진다. 행정의 일정표에는 목표 연도로 적히지만 시민에게는 되돌릴 수 없는 삶의 시간이다.

남양주와 구리에 찾아온 새로운 기회가 실제 생활의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 기대를 지키려면 발표 이후의 책임이 무거워야 한다. 2030년이라는 목표를 향해 오늘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 내일 무엇을 해결할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시민은 그 과정을 보며 개발의 약속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애플온뉴스 발행인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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