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숙제 대신하는 시대… “우리 아이, AI에게 맡겨도 될까”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6-30 09:25:59
박형빈 서울교대 교수 “AI는 도구일 뿐, 인간다움 잃지 않는 교육 필요”
[애플온뉴스 남양주=이성애 기자] “AI가 답을 주는 시대일수록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갈 수 있습니다.”
박형빈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는 도구일 뿐,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상과 교육 현장 깊숙이 들어오면서 학부모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AI를 활용한 학습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자칫 아이들의 사고력과 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이러한 가운데 경기도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교육장 이지명)은 지난 22일 관내 학부모를 대상으로 ‘AI 윤리, 우리 아이를 지키는 힘’ 특강을 개최했다. 이번 연수는 AI 기술 확산 속에서 학부모들이 AI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학습을 지원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강의를 맡은 박형빈 교수는 서울교대 신경윤리·가치AI융합교육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AI윤리교육 전문가다. 그는 강연에서 AI 시대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뇌·마음·학습의 미래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며 인간다움의 가치를 강조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학습 의존과 정서 의존
박 교수는 현재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AI 문제로 학습 의존, 정서 의존, 안전 문제를 꼽았다.
그는 “AI가 문제를 대신 구조화하고 정답을 즉각 제공하다 보니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는 마치 피아노를 한 번도 치지 않으면서 피아니스트가 되려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어 “뇌 발달이 진행 중인 아이들에게 이런 탈숙련화 현상은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서적 의존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실제로 ‘친구보다 AI 챗봇과 더 많이 이야기한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AI는 항상 아이 편을 들고 원하는 답을 주기 때문에 단기적인 위로는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실 관계를 회피하거나 자기조절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해외에서 AI 챗봇과의 대화가 청소년 사망 사건으로 이어져 법적 분쟁이 발생한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 아이들도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AI 덕분에 편해졌지만 질문하는 능력은 약해져”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는 변화 역시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박 교수는 AI가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외국어 학습 피드백을 즉시 제공하며 학습장애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돕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장의 교사들은 또 다른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그는 “많은 교사들이 공통적으로 '아이들이 질문 자체를 만들지 못한다'고 말한다”며 “AI가 질문까지 대신 만들어주다 보니 생각하는 근육을 사용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서적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박 교수는 “AI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반응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좌절을 견디는 힘, 즉 회복탄력성을 기를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현상을 아이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기술 설계와 환경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뭐라 했어”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렇다면 부모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박 교수는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AI 교육법으로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 번째는 ‘생각하는 질문’이다.
그는 “AI 사용 후에는 ‘AI가 뭐라고 했어?’가 아니라 ‘AI가 틀릴 수도 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질문해야 한다”며 “AI는 정답 제공기가 아니라 사고를 확장하는 보조자라는 기준을 가정에서 먼저 세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AI와 인간의 차이를 알려주는 것이다.
“아이가 ‘AI가 위로해줘서 좋았다’고 말한다면 그 감정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감정은 진짜지만 AI의 말은 계산된 출력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해줘야 한다”며 “관계의 경계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AI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부모 스스로 느린 사고의 모델이 되는 것이다.
박 교수는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즉시 검색하기보다 먼저 생각해보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아이들은 부모의 사고 습관을 가장 먼저 배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AI 시대일수록 인간다움이 경쟁력
이번 특강에서는 AI와 정신건강, AI와 학업, 정서형 AI의 영향 등을 다루며 공감 능력과 관계 형성, 자기조절 능력 등 사회정서역량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또한 ▲아이의 AI 사용 패턴 관찰하기 ▲AI 경험에 대해 함께 대화하기 ▲디지털과 오프라인 경험의 균형 유지하기 ▲가족 간 감정 대화 활성화하기 등의 실천 방안도 소개됐다.
이지명 교육장은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교육의 본질과 인간다움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학부모들이 AI 시대 교육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AI가 교육의 새로운 도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래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역량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 교수는 “AI 시대에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실패를 경험하며 다시 일어서는 힘”이라며 “그 훈련은 학교가 아니라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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