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95세 앞에서 법은 얼마나 절제할 수 있는가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6-24 09:01:05
[애플온뉴스= 이성애 기자]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신천지예수교회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931년생, 올해 95세다.
혐의가 있다면 수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종교지도자라고 해서 법 위에 설 수는 없다. 그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기자는 이 사안을 바라보며 자꾸 한 가지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구속이 정말 불가피한가.
구속은 수사의 편의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가 구체적으로 확인될 때 허용되는 예외적 강제처분이다. 혐의의 중대성이 곧 구속의 정당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미 압수수색과 관계자 조사, 피의자 소환조사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구속이 아니면 수사가 불가능한 이유가 무엇인지, 수사기관은 보다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더 무거운 문제는 피의자의 나이다. 95세 초고령자에게 구금은 며칠, 몇 달의 신체 제한으로 가볍게 볼 수 없다. 의료계는 초고령자의 경우 작은 환경 변화만으로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구속 이후 건강 악화로 반복적인 병원 이송이 불가피하다면, 그 구속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후에 무죄가 확정되고 형사보상이 뒤따른다 해도 잃어버린 건강과 남은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이만희 총회장은 2020년에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대법원은 이후 해당 혐의에 무죄를 확정했다. 과거 판결이 이번 사건의 결론을 미리 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초고령 피의자의 신병 확보가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특정 종교에 대한 사회적 감정이 법률적 판단을 앞서는 분위기도 경계해야 한다. 소수종교라고 해서 법적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되지만, 반대로 여론의 비판이 구속의 근거가 되어서도 안 된다. 법치는 감정이 아니라 원칙으로 작동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의 성숙도는 권력을 얼마나 행사하느냐보다 얼마나 절제하느냐에서 드러난다. 법은 엄정해야 한다. 그러나 엄정함과 인도주의는 서로 반대말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 위에서 집행되는 법만이 진정한 정의가 될 수 있다.
법원이 판단해야 할 것은 혐의의 크기만이 아니다. 구속이 정말 불가피한지, 다른 수단은 없는지, 95세 노인의 건강과 존엄을 충분히 고려했는지다. 그것이 특정 종교를 위한 특혜가 아니라 법치주의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이다.
강한 처분이 곧 정의는 아니다. 원칙에 따른 절제된 판단, 그것이 사법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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