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철도는 약속보다 실행이다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8-23 08:32:29

남양주·의정부 잇는 8호선 연장 논의
경제성 넘어 시민의 시간으로 평가해야
철도 모습. (AI 제작) 

수도권 철도 노선도에서 선 하나를 연장하는 일은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그 선이 실제로 놓이기까지는 수많은 검토와 협의, 예산 확보라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 시민에게 철도는 지도 위의 선이 아니라 출퇴근 시간과 삶의 질을 바꾸는 생활 기반이다.

최근 남양주시와 의정부시가 지하철 8호선 연장을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서면서 경기북부 주민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현재 별내역까지 운행하는 8호선을 별내별가람역을 거쳐 의정부까지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남양주시는 왕숙신도시를 비롯한 지역 교통망 개선을, 의정부시는 서울 접근성과 경기북부 교통축 확충을 기대하고 있다. 의정부에서는 범시민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철도망 확충은 남양주와 의정부 모두에 절실한 문제다. 대규모 주택 공급과 도시개발이 이어지면서 인구는 늘어나지만, 교통 기반시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입주가 먼저 이뤄지고 교통망은 뒤늦게 따라오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특히 남양주는 다산·별내에 이어 왕숙신도시 조성이 진행되고 있고, 최근 와부읍 일대에도 대규모 주택 공급계획이 발표됐다. 주택 수만 늘리는 것으로 도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철도와 도로, 학교와 의료시설, 생활편의시설이 함께 마련돼야 비로소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도시가 된다.

다만 8호선 연장이 정치적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철도 공약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를 시민들은 적지 않게 지켜봤다.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대응을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상 수요와 사업비, 노선 대안,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철도사업을 경제성이라는 하나의 숫자로만 판단하는 방식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경기북부는 각종 규제와 기반시설 부족을 감내하면서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정책적 배려에서 밀려났다는 목소리가 컸다. 출퇴근에 하루 몇 시간을 사용하는 주민들의 불편과 지역 간 이동권 격차는 단순한 비용편익 분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경제성을 무시하자는 뜻은 아니다. 막대한 공공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의 타당성과 재원 조달 방안은 더욱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경제성뿐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과 미래 인구, 신도시 조성에 따른 교통 수요까지 종합적으로 살피는 일이다.

남양주와 의정부의 협력은 이제 출발점이다. 두 도시는 선언을 넘어 공동 연구와 실무협의, 중앙정부 설득을 위한 자료 구축에 나서야 한다. 추진 과정과 예상되는 난관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또 하나의 장밋빛 약속이 아니다.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쳐, 무엇을 준비하겠다는 책임 있는 설명이다.

철도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지만, 그보다 먼저 행정의 약속과 시민의 신뢰를 이어야 한다. 8호선 연장이 경기북부의 오랜 기다림에 답하는 교통정책이 되려면 이제 말보다 실행으로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애플온뉴스 발행인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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