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온뉴스 남양주= 이성애 기자] 남양주시의회가 원 구성을 놓고 70일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임시회를 열고 본회의장에 마주 앉았지만 결과는 또 합의 불발이었다.
이쯤 되면 시민들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의회인가.”
여야 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시민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듯하다.
“73만 남양주시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한다. “시민에게 실망감을 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한다. “당리당략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민생을 위해 협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말만 들으면 금방이라도 손을 맞잡을 것 같다.
그런데 정작 협상 테이블에서는 다르다.
상대방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대방의 책임을 따지고 사과를 요구한다. 누가 협상을 먼저 요청했는지, 누가 합의를 깼는지, 어느 당이 몇 자리를 가져가야 하는지를 놓고 공방을 이어간다.
입으로는 시민을 말하면서 정치에서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지금 남양주시의회 파행을 바라보는 시민들이 답답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원 구성은 중요하다.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배분은 향후 의회 운영과 직결된다. 의석수에 따른 대표성도 존중돼야 하고 소수당의 견제 기능도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70일 넘게 의회를 멈춰 세울 만큼 절대적인 문제인가.
지방의회에서 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는 권력의 전리품이 아니다. 시민이 맡긴 권한을 일정 기간 대신 행사하는 자리다. 어느 당이 한 자리를 더 가져가느냐보다 그 자리에 앉아 무엇을 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하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여야 모두 이미 시민 피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른다면 설명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의원들 스스로 “시민의 분노”, “73만 시민의 피해”, “민생”, “책임”을 말한다.
알면서도 합의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정치는 자기 주장만 관철하는 기술이 아니다. 때로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의 일부를 내려놓고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정치다. 그것을 우리는 타협이라고 부른다.
협치는 상대방에게 양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이제 상대방 책임을 말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남양주시의회 정상화를 위해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
시민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말한다면 그 말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상대가 양보하면 우리도 양보하겠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결국 아무도 먼저 움직이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지방의회는 중앙정치의 축소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시의원을 선출한 것은 거대한 정치적 명분을 다투라고 한 것이 아니다. 지역의 예산을 살피고, 행정을 감시하고, 생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표를 준 것이다.
도로 하나, 교통 문제 하나, 복지와 교육, 지역개발과 생활민원까지 시민들의 삶은 하루도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시민을 대신해 일해야 할 의회가 자리 배분을 둘러싼 갈등으로 장기간 정상적인 출발조차 하지 못한다면 시민에게 무슨 말로 이해를 구할 것인가.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원 구성을 주도하려 한다고 반박할 수 있다. 각자 나름의 논리와 명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의 눈에는 결국 하나다.
남양주시의회가 원 구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책임에서 어느 당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성명도, 상대를 향한 비판도 아니다.
양보다.
민주당이 하나를 내려놓고 국민의힘도 하나를 내려놓아야 한다. 어느 한쪽만 승리하는 협상이 아니라 양쪽 모두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 합의라야 오히려 제대로 된 정치적 타협일 수 있다.
시민은 어느 당이 협상에서 이겼는지를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의 삶보다 자리를 앞세운 의회는 기억한다.
남양주시의회 의원들이 정말 시민의 피해를 걱정한다면 이제 말이 아니라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시민을 위해 양보하라”고 상대방에게 말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양보하면 된다.
그 한 걸음이 그렇게 어려운가.
70일 넘게 기다린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명분 싸움이 아니다.
의회가 일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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