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배분 고집, 시민 앞에 경위와 책임 설명할 때
석 달을 끌었던 남양주시의회 원 구성 갈등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자리가 채워졌다고 책임까지 정리된 것은 아니다. 의원들은 의장과 부의장, 위원장 자리를 정했지만 시민에게는 여전히 답하지 않은 질문이 남아 있다. 결국 합의할 수 있었던 자리 배분을 두고, 왜 이토록 오랫동안 의회를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했는가.
지난 7일 김진희 의장의 사임안은 찬성 10표, 반대 10표로 부결됐다. 김 의장은 현직을 유지하게 됐다. 앞서 6일에는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이 이뤄졌다. 길었던 갈등의 끝에 의회가 내놓은 결과는 새로운 정책도, 시민 생활을 바꾸는 제도도 아닌 원 구성의 마무리였다.
의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석 달 만에 했다는 사실을 성과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다.
◆ 한 석의 우위를 독점의 명분으로 삼았나
제10대 남양주시의회는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10명으로 구성됐다. 한 석 차이다. 이 의석 구조는 어느 한쪽이 상대를 배제해도 된다는 뜻으로 읽기 어렵다. 오히려 협의하고 조정하라는 시민의 요구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원 구성 과정에서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입장이 갈렸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갑·을 지역 의원들은 부의장을 제외한 다섯 자리를 요구했고, 병 지역 의원들은 국민의힘에 두 자리를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국민의힘 역시 두 자리 이상을 요구했다.
이 대목에서 민주당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특히 주요 보직을 자당 중심으로 확보하려 했던 의원들은 그 요구가 시민을 위한 의회 운영에 왜 필요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의장과 위원장 자리는 정당의 전리품이 아니다. 의사 진행과 안건 심사를 책임지는 공적 직책이다.
의석이 한 석 많다는 이유로 주요 보직을 최대한 확보하려 했다면, 그것은 다수당의 책임보다 다수당의 권리를 앞세운 정치다. 당내에서도 배분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는 사실은 장기간의 대치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는지 더욱 의문을 갖게 한다.
결국 민주당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국민의힘에 배분하는 안을 제시했고, 국민의힘이 이를 받아들여 원 구성이 마무리됐다. 그렇다면 시민은 물을 수밖에 없다. 이 합의를 석 달 전에는 왜 하지 못했는가.
◆ 의장 선출 뒤에도 이어진 혼선
의장 선출 과정 역시 의회의 신뢰를 흔들었다. 민주당이 당내에서 의견을 모은 후보와 실제 본회의에서 선출된 의장이 달랐고, 당선된 김진희 의장은 이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끝내 사임안까지 표결에 부쳐졌지만 결과는 부결이었다.
정당이 의장 후보를 정하는 일은 가능하다. 그러나 당내 결정과 본회의 표결은 서로 다른 절차다. 당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의회 전체가 다시 혼선에 빠져서는 안 된다.
사임안을 상정하고 표결하는 절차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시민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의장으로 선출된 뒤 왜 사퇴하려 했는지, 의장 교체를 요구한 쪽은 무엇을 바로잡으려 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정치적 명분을 내세우려면 그 명분이 시민의 이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설명할 수 없다면 시민 눈에는 자리와 당내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으로 보일 뿐이다.
사임안 부결로 김 의장이 직을 유지하게 됐다고 해서 앞선 혼선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 의장 역시 의회의 수장으로서 그 경위를 설명하고 안정적인 운영으로 책임을 보여야 한다.
◆ 정상화는 면책 사유가 아니다
이번 임시회에는 2조 8643억원 규모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과 조례안·동의안 등 시민 생활과 관련된 안건이 올라왔다. 의원들이 따져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예산과 정책이다. 세금이 필요한 곳에 쓰이는지, 사업의 우선순위가 타당한지, 집행부 설명에 빈틈은 없는지 살피는 것이 의회의 본업이다.
원 구성 갈등으로 어떤 안건이 얼마나 지연됐는지는 구체적인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확인하지 않은 피해를 부풀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의회가 석 달 동안 원 구성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민에게 설명할 책임은 충분하다.
민주당은 다수당으로서 협상을 이끌 책임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밝혀야 한다. 국민의힘도 자신들의 요구와 대응이 의회 정상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해야 한다. 책임을 묻는다고 양당의 책임이 반드시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누가 어떤 요구를 고수했고, 어떤 타협안을 거부했는지 공개할수록 책임의 무게도 분명해질 것이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우여곡절 끝에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수사가 아니다. 파행의 경위, 지연된 업무, 이를 만회할 일정, 재발을 막을 운영 원칙이다.
늦게 문을 연 의회가 시민에게 박수를 요구할 수는 없다. 정상화는 의무를 다시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의원들은 자리를 얻었다. 시민은 석 달을 잃었다. 남양주시의회가 이제 증명해야 할 것은 누가 협상에서 이겼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을 허비한 책임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다.
애플온뉴스 발행인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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