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숲 지키고 생태관광·지역 먹거리로 주민 혜택 넓혀야
[애플온뉴스 남양주=이성애 기자] 김성남 경기도의원이 9일 남양주시 진접읍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6년 광릉숲포럼’에서 글자 맞추기 세리머니에 참여하고 있다.
[애플온뉴스 남양주=이성애 기자] 아홉 개의 퍼즐 조각이 하나씩 자리를 찾자 ‘560년 광릉숲의 시간에 스며들다’라는 문구가 완성됐다. 전문가와 청년, 지역 관계자 등이 손으로 이어 붙인 문장은 오래 지켜온 숲의 역사를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누가, 어떻게 이 숲을 지켜갈 것인지 묻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9일 남양주시 진접읍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잔디광장에서 열린 ‘광릉숲포럼 2026’은 광릉숲의 가치를 되짚고 자연과 지역사회가 함께 살아갈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오랜 보전의 성과를 기념하는 데서 나아가 숲의 생태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주민의 삶에도 혜택이 돌아가는 방법을 모색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조도순 유네스코 MAB한국위원회 위원장은 광릉숲의 노령림이 지닌 의미에서 출발해 생태계 서비스와 생물권보전지역의 운영 방향으로 논의를 확장했다. 강연을 관통한 질문은 분명했다. 숲을 지키는 일과 사람이 살아가는 일을 어떻게 조화롭게 연결할 것인가.
[애플온뉴스 남양주=이성애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국회의원(별내동·진접읍·오남읍)이 9일 남양주시 진접읍 광릉수목원로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6년 광릉숲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래된 나무보다 중요한 ‘오래 축적된 생태계’
조 위원장은 광릉숲의 가치를 설명하면서 ‘노령림’에 주목했다. 오래된 숲의 의미는 나무의 나이에만 있지 않다. 서로 다른 크기와 나이의 나무가 함께 자라고, 큰 나무가 죽어 쓰러진 뒤에도 숲의 일부로 남는 복잡한 구조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광릉숲은 세조와 정희왕후의 능을 둘러싼 숲으로 오랜 기간 보호돼 왔다. 조 위원장은 왕릉을 지키기 위해 벌목과 이용이 제한됐던 역사가 오늘날 광릉숲의 생태적 가치를 형성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포럼이 내세운 ‘560년’은 단순한 시간의 길이를 넘어 오랫동안 이어진 보호의 역사인 셈이다.
그는 참나무류와 서어나무 등이 어우러진 활엽수림, 수령이 오래된 침엽수 조림지가 함께 존재하는 광릉숲의 모습을 소개했다. 숲을 하나의 풍경으로 바라보기보다 서로 다른 형성과정을 가진 공간이 어떻게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지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노령림은 어린 숲이나 수종이 단순한 조림지와 비교해 생물다양성과 문화적·과학적 가치가 높지만, 훼손된 뒤에는 그 가치를 되살리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나무를 다시 심는 것과 오랫동안 형성된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몽골에서 왕실의 보호 아래 유지돼 온 숲 등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오랜 보호가 숲을 남겼고, 그 숲이 오늘날 시민의 휴식과 지역사회의 새로운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이었다. 광릉숲 역시 과거의 보호가 현재의 공공적 가치로 이어진 공간으로 제시됐다.
조도순 생명과학과 유네스코 MAE한국위원회 위원장(가톨릭대학교 며예교수)이 9일 남양주시 진접읍 광릉수목원로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잔디광에서 열린 2026년 광릉숲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 숲의 혜택을 설명해야 보전의 근거도 강해진다
강연은 숲을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조 위원장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과 관계없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보전 정책과 예산을 설득하려면 자연이 사람에게 제공하는 혜택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가 강조한 개념은 ‘생태계 서비스’다. 먹거리와 자원 공급뿐 아니라 물과 환경을 조절하는 기능, 휴양과 교육·연구 등 자연이 사람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뜻한다. 숲의 가치를 목재나 임산물 생산만으로 계산해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 방식의 변화를 예로 들었다. 과거에는 땔감과 목재를 얻기 위해 산에 갔다면, 오늘날에는 경관을 감상하고 쉬며 자연을 경험하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광릉숲에서도 이러한 문화적 혜택의 가치가 클 것으로 봤다.
다만 이는 평가 결과로 확정된 수치가 아니라 조 위원장이 제시한 판단이다. 그는 광릉숲의 혜택을 실제로 평가하고 자료로 축적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설명에 더해 보전으로 얻는 혜택과 훼손으로 잃게 될 가치를 보여줄 때 정책적 설득력도 높아진다는 취지다.
공존의 의미도 구체화했다. 사람이 자연과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조화로운 관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자연을 일방적으로 이용하는 관계에서 벗어나 다른 생물과 그 서식환경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야생동물과 주민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충돌도 공존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언급했다. 보전을 강조하는 것과 함께 주민이 겪는 어려움에 대응해야 자연을 지키는 일도 지속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 핵심 숲은 지키고, 주민의 삶과 연결하라
조 위원장이 공존의 실천 모델로 제시한 것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의 공간 구분이다. 보전 가치가 높은 핵심구역은 충실히 보호하고, 완충구역에서는 보전 목적과 양립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며, 협력구역에서는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이는 좋은 자연이 있는 곳에 모든 개발과 이용 요구를 집중시키는 접근과 구별된다. 조 위원장은 가치가 높은 공간에 여러 요구를 한꺼번에 수용하면 결국 그 공간의 자연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전과 이용의 목적에 맞게 공간별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광릉숲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시야에서 보전 기반을 넓히는 방향을 제안했다. 현재의 침엽수 조림지에서도 자연천이가 진행되도록 한다면 시간이 흐른 뒤 더 풍부한 숲의 구조를 갖출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핵심구역과 완충구역의 확대 가능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제안은 이미 확정된 사업계획이 아니라 광릉숲의 미래를 위한 조 위원장의 견해다. 지금 남아 있는 숲을 유지하는 데 더해 앞으로 생물이 살아갈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까지 보전의 시야를 넓힌 것이다.
주민의 혜택을 만드는 방안으로는 생태관광과 지역 먹거리의 연계를 강조했다. 숲과 관련된 사업이라고 해서 임산물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으며, 지역 농축산물과 음식점 등도 생태관광과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과 가까운 광릉숲의 여건을 활용하되 지역의 다양한 생활·생산 활동에 혜택이 이어지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김성남 경기도의원도 축사에서 어린 시절 광릉숲으로 소풍을 다녔던 기억을 소개하며 자연과 주민이 공생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의 강연이 보전의 원리와 방법을 설명했다면, 지역에서 살아온 경험은 그 논의를 주민의 삶으로 연결했다.
이날 포럼이 남긴 과제는 광릉숲을 더 많이 이용하는 방법만은 아니었다.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숲을 지키고, 그 혜택을 설명하며, 주민이 보전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이었다. 560년을 지켜온 숲의 다음 시간은 자연의 가치와 지역의 삶을 함께 살피는 선택에 달려 있다.
[애플온뉴스 남양주= 이성애 기자] 조도순 생명과학과 유네스코 MAE 한국위원회 위원장(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이 9일 남양주시 진접읍 광릉수목원로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6년 광릉숲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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