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주문, 이행계획과 후속 검증으로 이어져야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경력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다. 공기업을 맡길 만한 역량과 책임성을 갖췄는지 시민을 대신해 확인하는 자리다. 따라서 ‘적격’이라는 결론만큼 중요한 것은 판단의 근거와 그 이후의 검증이다.
구리시의회는 지난 16일 이승우 구리도시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해 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인천도시공사 등에서 쌓은 도시개발 전문성과 공기업 경영 경험을 인정했다. 그러나 지역사회와 주요 현안에 대한 이해, 사전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함께 내놨다.
이 대목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구리도시공사 사장은 일반적인 도시개발 지식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구리의 재정 여건과 주민 요구를 이해하고, 막혀 있는 사업의 해법을 찾아 실행해야 하는 자리다. 경력을 인정하는 일과 지역 현안을 해결할 준비가 됐는지 판단하는 일은 구분해 살펴야 한다.
◆ 경력은 출발점, 실행계획이 관건
도시개발 경험은 분명 중요한 자산이다. 사업구조를 이해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하며 재정 위험을 판단하는 능력은 단기간에 갖추기 어렵다. 의회가 후보자의 전문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다만 과거의 경험이 구리의 성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도시마다 사업 여건과 갈등의 원인, 공사가 감당할 수 있는 부담이 다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경력을 구리의 조건에 맞는 해법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토평2지구 개발사업 참여, 구리역세권 복합개발사업과 아이타워 사업 정상화 등이 다뤄졌다. 모두 구리의 미래와 공사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과제다. 추진 의지를 밝히는 수준을 넘어 참여 방식과 재원 조달, 사업 일정과 위험 관리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사장으로 임명된다면 내부 사정을 파악할 시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안 파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 결과를 언제 시민과 의회에 설명할지는 분명해야 한다.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경영계획을 오래 대신해서는 안 된다.
◆ 적격 판단에도 설명이 필요하다
의회는 후보자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면서도 직무수행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어떤 강점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고 봤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확인했고 어떤 우려가 남았는지 시민이 알아야 청문 결과를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적격 결론 자체를 부정하자는 뜻이 아니다. 의회가 가진 검증 권한의 무게만큼 판단 과정도 충실해야 한다는 요구다. 전문성과 도덕성, 경영능력을 종합적으로 살폈다는 설명에 구체적인 근거가 더해져야 한다.
청문경과보고서는 그 기준이 될 수 있다. 인정한 역량과 확인된 한계, 보완할 과제를 구분해 담고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시민이 쉽게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이후 공사의 경영을 평가할 때도 청문회의 약속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후보자를 평가한 의회 역시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적격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감시의 강도가 낮아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보완을 주문한 사항이 실제로 개선되는지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
◆ 당부를 점검 가능한 약속으로
재정건전성 확보와 공정한 인사, 시설 안전관리, 시민서비스 개선은 모두 필요한 주문이다. 하지만 당부의 문장만으로는 이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목표와 일정, 책임 주체가 있어야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사업은 현재 어느 단계에 있고 무엇 때문에 지연되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앞으로 필요한 비용과 재원, 일정 변경에 따른 부담도 설명해야 한다. 사업별로 보고 시점을 정하고 계획과 실제 추진 상황을 비교한다면 의회의 점검도 한층 구체화될 수 있다.
공공성과 경제성의 균형도 마찬가지다. 수익 전망만으로 위험을 축소해서도 안 되고, 공공성을 이유로 비용 검토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개발이익의 공공환원은 시민에게 어떤 편익으로 돌아오는지 드러나야 한다.
김성태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은 주요 사업의 추진 상황과 개선사항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제 그 약속에 점검 일정과 공개 방식을 붙일 차례다.
청문회가 끝났다고 검증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후보자는 임명될 경우 실행과 성과로 역량을 입증하고, 의회는 꾸준한 점검으로 판단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시민이 기다리는 것은 적격이라는 평가 뒤에 따라올 구체적인 변화다.
애플온뉴스 발행인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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