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제 전문가들, 이만희 총회장 구속 ‘적정성’ 묻다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8-07 19:26:52

유럽 인권·법률·종교 전문가 5인 방한
장관 발언·정교분리 적용·95세 미결 구금
국가인권위에 진정서 제출 국제 기준 제시
“수사 필요성과 구금은 별개 기본권의 문제”
국경없는인권(Human Rights Without Frontiers, HRWF)을 비롯한 국제 인권단체와 종교학자들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대한민국의 종교 및 표현의 자유: 국제사회의 우려와 시각’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경없는인권(HRWF) 제공) 

[애플온뉴스=이성애 기자] 유럽의 인권·법률·종교 전문가들이 대한민국의 종교·표현의 자유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경고했다. 특정 종교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고위 공직자의 발언과 광범위한 수사, 종교행사 제한, 95세 종교 지도자에 대한 미결 구금이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지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 유럽에서 한국을 찾은 인권·법률·종교 전문가들이 차례로 발언대에 섰다. 이들의 시선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이만희 총회장의 혐의 자체보다 95세 미결 피고인을 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하는 조치가 과연 적정한지에 집중됐다.

이날 기자회견의 주제는 ‘대한민국의 종교 및 표현의 자유: 국제사회의 우려와 시각’이었다. 국경없는인권(Human Rights Without Frontiers, HRWF)과 양심의자유연합(CAP LC), 유럽종교자유포럼 독일(FOREF Germany), 신종교연구센터(CESNUR), 비터윈터(Bitter Winter)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국경없는인권(Human Rights Without Frontiers, HRWF)을 비롯한 국제 인권단체와 종교학자들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대한민국의 종교 및 표현의 자유: 국제사회의 우려와 시각’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경없는인권(HRWF): 제공) 

◆ “왜 구속이어야 하나”… 혐의보다 구금의 비례성에 집중
한스 누트 국경없는인권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의 성격부터 분명히 했다. 특정 종교의 교리를 변호하거나 신앙적 정당성을 판정하려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누트 공동대표는 “우리가 지키려는 원칙은 특정 단체의 신념이 인기가 있든 없든 기본권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경없는인권이 국제 인권보고서와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당사자를 직접 만나, 국가의 법적·행정적 조치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조사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한 역시 한국에서 제기된 종교·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를 현장에서 듣고, 이 총회장에 대한 법적 조치와 구금이 적법절차 및 비례성 원칙에 부합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반복된 질문은 ‘죄가 있는가’가 아니었다. 혐의는 법정에서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하지만,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95세 피고인을 왜 구속 상태에 둬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누트 공동대표는 한국 언론에도 국가 권력이 특정 종교에 선택적으로 행사되고 있지 않은지, 구금이 목적에 비해 지나치지 않은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경없는인권(Human Rights Without Frontiers, HRWF)을 비롯한 국제 인권단체와 종교학자들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대한민국의 종교 및 표현의 자유: 국제사회의 우려와 시각’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경없는인권(HRWF): 제공) 

◆ 법무부 장관 발언 도마… “재판 전에 낙인 찍어선 안 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이른바 ‘거짓 예언자’ 관련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티에리 발 양심의자유연합 회장은 고위 공직자가 특정 종교나 종교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할 경우,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고 수사와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 회장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피고인이 이미 유죄인 것처럼 비칠 경우 무죄추정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종교단체나 개인의 신념을 이유로 과도한 수사와 반복적인 소환이 이뤄지거나 예정된 종교행사가 갑작스럽게 취소된다면 종교·표현의 자유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침묵이 불의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특정 종교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별개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은 공론장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르크 네메시 신종교연구센터 부소장도 정 장관의 사회관계망서비스 발언을 언급하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네메시 부소장은 종교계 인사의 정치적·사회적 발언에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발언에 대한 찬반과 형사처벌의 필요성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가 사회와 정치 문제에 의견을 밝히는 것은 역사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특정 소수종교에만 선택적이고 가혹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 종교인의 정치 참여 어디까지… 정교분리 해석에도 문제 제기
이날 현장에서는 정교분리의 의미를 둘러싼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법률 전문가인 미하엘 랑한스 유럽종교자유포럼 이사는 정교분리가 국가와 종교단체의 제도적 분리를 뜻할 뿐, 종교인의 정치·사회 참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원칙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랑한스 이사는 “신앙인도 세금을 내고 투표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시민”이라며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개인의 정치적 표현과 참여까지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종교인도 시민으로서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만큼, 특정 교단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통상적인 정치 참여 전체를 조직적 범죄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탈퇴자나 비판자의 문제 제기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다만 일부의 주장만으로 종교공동체 전체를 규정하거나 모든 구성원의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해 주장에 대한 조사와 내부 비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해당 공동체에서 신앙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종교·표현의 자유도 함께 보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경없는인권(Human Rights Without Frontiers, HRWF)을 비롯한 국제 인권단체와 종교학자들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대한민국의 종교 및 표현의 자유: 국제사회의 우려와 시각’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경없는인권(HRWF): 제공) 

◆ “95세가 걸을 수 있다는 것과 구금을 견디는 것은 다르다”
기자회견의 초점은 마시모 인트로비녜 신종교연구센터 대표 겸 비터윈터 편집장의 발언에서 고령자 구금 문제로 더욱 선명해졌다.

인트로비녜 대표는 한국이 선거와 정당 관련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는 것과 피고인을 구금하는 것은 전혀 다른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수사와 재판이 필요하더라도 구금 이외의 방법을 먼저 검토할 수 있다”며 “초고령자를 판결 확정 전에 구금하는 것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 넬슨 만델라 규칙 등 국제 인권 기준의 취지를 고려할 때, 비폭력 혐의를 받는 95세 고령자에게는 가택연금이나 조건부 석방 등 기본권 침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트로비녜 대표는 신천지 신도들을 직접 만나 사건의 경위와 구금 사유, 법적 조치의 비례성 등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문제 제기가 신천지의 교리를 지지하거나 특정 종교만을 변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종교의 자유와 고령자 인권에 관한 국제 기준이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를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는 이 총회장의 건강 상태를 묻는 해외 기자의 질문이 나왔다. 관계자는 며칠 전  직접 만났을 당시 이 총회장이 고령이지만 혼자 걸을 수 있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외관상 보행이 가능하다는 것과 장기간의 구금 생활을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은 별개라는 설명도 나왔다. 현재의 정확한 건강 상태와 구금 가능 여부는 외부 관찰이 아닌 의료기록과 전문적인 건강 평가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 언론 책임도 거론… “비판 보도와 유죄 낙인은 다르다”
국제 전문가들의 비판은 사법·행정기관에만 머물지 않았다. 언론이 소수종교에 대한 사회적 적대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트로비녜 대표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나 자극적인 표현이 반복되면 특정 종교 전체에 대한 비관용이 형성되고, 이것이 차별과 국가적 제재로 확장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수종교를 향한 대응이 ‘비관용→차별→박해와 폭력’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이른바 ‘로마 모델’로 설명했다. 종교단체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은 필요하지만, 일부의 주장만을 반복하거나 혐의 단계의 사안을 확정된 사실처럼 보도해 사회적 유죄 판결을 끌어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네메시 부소장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종교적 낙인이 해외 신도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천지가 유럽과 아르헨티나, 호주 등 여러 국가에 신도를 둔 종교단체인 만큼, 한국에서의 적대적 이미지가 해외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경없는인권(Human Rights Without Frontiers, HRWF)을 비롯한 국제 인권단체와 종교학자들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대한민국의 종교 및 표현의 자유: 국제사회의 우려와 시각’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에플온뉴스)

◆ “참전용사 외면받을 때 신천지 봉사단이 찾아왔다”
류재식 6·25참전유공자회 서울시지부장은 6·25참전용사들이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졌을 때 신천지자원봉사단이 이들을 찾아와 봉사를 이어왔다고 소개했다.

류 지부장은 “아무도 참전용사들을 알아주지 않을 때 신천지자원봉사단이 찾아와 봉사를 아끼지 않았다”며 신천지를 종교의 이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총회장이 6·25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라는 점도 언급했다. 이어 “95세는 스스로 건강을 돌보는 일조차 쉽지 않은 나이”라며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우려가 없다면 연로한 참전유공자를 반드시 감옥에 가둬 재판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법산 대각불교조계종 총무원장도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경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산 총무원장은 특정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개인의 기본권과 법적 권리까지 제한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며,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과 공동체 전체를 먼저 재단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우려를 나타냈다.

◆ 공동성명 발표 후 국가인권위로… “불구속 재판 보장하라”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기자회견의 결론은 이 총회장의 혐의를 판단해 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95세 미결 피고인의 구속 필요성을 국제 인권 기준에 따라 다시 심사해 달라는 요구였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이 총회장이 구금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받을 수 있도록 석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무죄추정 원칙과 구금의 비례성, 고령자의 건강권과 인도적 처우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가택연금이나 조건부 석방 등 구속을 대체할 수 있는 조치를 제안했다.

이날 서울에서 유럽 전문가들이 던진 질문은 간명했다. 수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곧 구속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가. 종교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미결 피고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95세 고령자에게 구금 외에는 정말 다른 방법이 없는가.

국제 인권단체 관계자와 종교자유 전문가들은 공동성명과 진정서에 서명한 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 이 총회장의 건강권·방어권 보장과 구속 재검토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참석자들은 이 총회장의 혐의와 형사책임은 향후 재판에서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다만 무죄추정 원칙과 구금의 비례성, 초고령자의 건강권을 고려해 구속 필요성을 다시 심사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제기된 종교·표현의 자유 침해와 초고령자 구금 문제에 대해 정부와 사법기관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국가인권위원회가 접수된 진정 사건을 어떻게 검토할지 주목된다.



[ⓒ 애플온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