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가을은 왜 오는가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11-07 11:30:00
인생의 가을에 돌아보는 사람과 시간
지구가 기울어진 채 태양 둘레를 돌면서 여름이 지나면 우리가 사는 북반구의 낮은 점점 짧아진다. 낮이 짧아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많은 낙엽나무는 잎에 있던 양분의 일부를 가지와 줄기로 거둬들인다. 잎자루 밑동에는 잎이 떨어질 자리가 생긴다. 잎을 떨군 나무는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줄이며 겨울을 건넌다. 우리 눈에는 잎이 떨어지는 순간이 선명하지만, 그보다 앞서 나무는 한동안 겨울을 준비해 왔다.
사람에게도 가을은 온다. 다만 달력에 날짜가 적혀 있지 않다. 부모님과 나란히 걷다가 어느새 내가 걸음을 늦추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때, 챙겨주기만 하던 자녀가 먼저 내 안부를 물을 때, 오래 맡아온 일을 후배에게 넘기고 빈 책상 앞에 앉을 때. 그런 순간에 우리는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인생의 가을이라고 해서 떠나보내는 일이 쉬워지는 건 아니다. 오래 일한 자리에서 물러나면 아침에 눈을 뜨고도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가까운 사람을 잃은 뒤에는 저녁 한 끼를 차리는 일도 달라진다. 그 빈자리를 서둘러 채우려 애쓰기보다, 무엇이 그토록 그리운지 가만히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아끼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제야 또렷해질 때도 있다.
돌아보면 바쁘다는 말로 미룬 일 가운데는 큰 결심이 필요 없는 것이 많다. 오래 마음에 걸린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일, 내 이야기를 하려다 멈추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일, 함께 일한 후배에게 “그때 네 덕분에 해낼 수 있었어”라고 말하는 일. 그런 말에도 때가 있다. 마음속에 오래 담아뒀다고 해서 상대에게 전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을이 오면 나무는 잎을 떨구고도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 나도 올가을에는 그 나무 곁에서 걸음을 조금 늦추고 싶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마음에 떠오른 사람에게 먼저 전화를 걸고 싶다. “요즘 어떻게 지내?”
이성애 애플온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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