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집보다 교통이 먼저다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8-02 09:14:43
수도권 주택난을 해결한다며 경기북부 곳곳에 대규모 개발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남양주 왕숙신도시와 구리 토평2 공공주택지구가 대표적이다. 의정부 역시 도시개발과 정비사업을 추진하며 경기북부 중심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몇 가구가 공급되고 어떤 건물이 들어서느냐가 아니다.
“입주할 때 교통도 함께 들어오는가.”
경기북부 시민은 이미 수많은 개발계획을 경험했다. 아파트는 예정대로 올라갔지만 철도와 도로는 뒤늦게 따라오거나 계획 단계에 머무는 일이 반복됐다. 그 결과 시민들은 매일 출퇴근길에서 막대한 시간과 체력을 소비하고 있다.
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은 주택을 공급하는 데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시민이 집과 일터, 학교와 병원, 문화시설을 불편 없이 오갈 수 있어야 비로소 도시라고 부를 수 있다.
◆ 왕숙 입주와 철도 개통의 시간표
남양주 왕숙·왕숙2지구에는 약 6만 6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이 계획돼 있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확정한 광역교통개선대책에는 강동·하남·남양주선과 철도역 신설, 도로 확장 등 18개 사업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핵심은 서울지하철 9호선과 연결되는 강동하남·남양주선이다.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노선은 총연장 17.59㎞, 정거장 8곳 규모이며 사업비는 약 2조 8000억원이다. 현재 목표 개통 시점은 2031년이다. 당초 2020년 교통대책 발표 당시 제시됐던 2028년보다 늦어졌다.
왕숙신도시의 성공 여부는 주택공급 실적보다 입주와 교통망 개통 사이의 간격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다. 신도시 입주가 철도 개통보다 앞선다면 교통 불편은 기존 남양주 시민에게까지 전가될 수 있다.
철도가 완성되기 전까지 광역버스와 환승체계, 간선도로 개선을 포함한 현실적인 입주 초기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철도가 들어올 것이라는 미래의 약속만으로는 당장 출근해야 하는 시민의 하루를 책임질 수 없다.
◆ 토평2, 지구계획에 교통부터 담아야
구리 토평2 공공주택지구도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해당 지구는 2025년 12월 지구 지정이 완료됐으며, 현재 지구계획과 광역교통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단계다.
구리시는 한강 조망 주거단지와 문화·체육시설, 자족 기능을 갖춘 스마트 그린시티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멋진 도시 구상도 출퇴근 교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민에게 또 하나의 혼잡지역으로 남을 수 있다.
특히 구리는 서울과 인접했지만 강변북로와 북부간선도로 등 주요 도로의 상습적인 정체를 겪고 있다. 토평2지구 개발에 따른 교통량까지 더해질 경우 기존 시민의 불편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구리시는 올해를 토평2지구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시기로 보고 기반시설과 교통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발 이후의 보완책이 아니라 지구계획 단계부터 철도·도로·버스·환승시설의 사업 주체와 재원, 완료 시점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 의정부 GTX-C도 계획보다 실행이 중요
의정부 시민에게 GTX-C는 단순한 철도사업이 아니다. 양주 덕정에서 의정부를 거쳐 수원까지 연결하는 이 노선은 경기북부의 서울 접근성과 생활권을 바꿀 핵심 교통망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GTX-C는 공사비 조정과 사업 절차 등의 문제로 당초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업무계획에도 공사비 문제를 정리한 뒤 신속히 착공한다는 방향이 담겼다. 이는 아직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확정된 개통 성과와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의정부시는 GTX-C 조기 완공과 수도권 전철 1호선 증편, 지하철 8호선 및 SRT 연장 등을 주요 교통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노선 유치나 계획 발표만으로 시민의 이동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사업 단계별 진행 상황과 지연 원인, 변경된 개통 목표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 ‘선교통 후입주’를 행정의 원칙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개발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선교통 후입주’를 강조한다. 그러나 시민이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선입주 후교통’에 가깝다.
주택 공급은 숫자로 평가하고 교통사업 지연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넘기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입주 시점과 철도·도로 개통 시점의 차이, 지연된 사업의 원인과 책임, 입주 초기 대체교통 대책을 공개해야 한다.
교통은 개발사업에 덧붙이는 부대시설이 아니다.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기본권이자 도시 경쟁력의 출발점이다. 긴 출퇴근 시간은 개인의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과 보낼 시간, 아이를 돌볼 시간, 지역에서 소비하고 공동체에 참여할 시간을 빼앗는다.
남양주 왕숙과 구리 토평2, 의정부의 도시개발이 성공하려면 화려한 청사진보다 먼저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집을 먼저 짓고 교통은 나중에 해결하겠다는 낡은 개발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시의 완성은 입주가 아니다. 시민이 막힘없이 오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경기북부 개발의 첫 번째 약속은 분명해야 한다.
집보다 교통이 먼저다.
애플온뉴스 발행인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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