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서울 대신 GH 택했다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8-07 08:08:20
임시청사 연내 확보 추진… 세수·일자리 효과는 구체적 검증 과제
[애플온뉴스=구리 이성애 기자] 구리시가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서울시 편입을 공식 철회하고 경기주택도시공사(GH) 이전에 시정 역량을 집중한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행정구역 개편 논의에서 벗어나 이미 유치가 결정된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세수와 일자리, 도시개발 효과를 확보하겠다는 정책 전환이다.
신동화 구리시장은 지난 6일 시청 본관 회의실에서 열린 현안 브리핑에서 “서울 편입이라는 걸림돌이 사라진 만큼 경기도와 협력해 GH 구리 이전을 성과로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올해 하반기 GH 임시청사를 확보하고 2027년 상반기부터 직원들이 구리에서 근무하도록 경기도·GH와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임시청사 위치와 근무 인원, 본사 이전 완료 시점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 서울 편입 3년 만에 철회
구리시는 서울 편입이 시의 의지만으로 추진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을 철회 배경으로 들었다. 서울 편입을 위해서는 경기도와 서울시의 의견 조율은 물론 국회의 법률 제정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는 판단이다.
특히 경기도가 2025년 2월 21일 “서울 편입 추진과 GH 구리 이전은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GH 이전 관련 행정절차를 전면 중단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서울시 역시 편입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게 구리시의 설명이다.
민선 9기 구리시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서울 편입에 행정력과 예산을 계속 투입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 7월 10일 철회 공문을 경기도와 구리시의회에 보냈다. 이어 7월 31일 열린 구리시의회 제36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철회 방침을 공식 보고했다.
시는 앞으로 GH 구리 이전과 구리교육지원청 신설을 핵심 과제로 삼아 시정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 66.9% 찬성 여론, 어떻게 해석했나
서울 편입 철회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다시 묻지 않았다는 점은 논란이 될 수 있다. 2024년 7월 구리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6.9%인 468명이 서울 편입에 찬성했다.
당시 시민들이 꼽은 주요 찬성 이유는 교육·문화·복지 인프라 확대와 지하철 연장, 버스노선 확충 등 교통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였다.
이에 대해 신 시장은 해당 조사가 지하철 8호선 개통 이전에 실시됐고, 서울 편입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편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8호선 개통 이후 서울 접근성과 생활 여건이 달라진 만큼 2026년 현재의 시민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반면 2021년 실시된 GH 유치 설문에서는 시민 1000여명 가운데 87.2%인 874명이 찬성했고, 약 1만명이 유치 서명에 참여했다. 시는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GH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시정 방향이 선택된 것도 시민 의사를 확인한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 편입 철회와 GH 이전 추진을 둘러싼 시민 의견을 보다 명확히 확인하려면 최신 여론조사나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남는다. 정책 전환의 타당성과 별개로 과거 조사 결과를 현재의 시민 의사로 각각 다르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 GH 이전, 연 80억원 세수 기대
GH 이전은 2021년 5월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 공모에서 11개 시·군의 경쟁을 거쳐 확정됐다. 그러나 구리시의 서울 편입 추진 이후 경기도가 관련 행정절차를 중단하면서 사업이 사실상 멈춰 있었다.
시는 서울 편입 철회로 경기도와의 협력 여건이 다시 조성된 만큼 GH 이전 절차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리시에 따르면 GH는 자산 규모 22조원 이상,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지방공기업이다. 시는 GH가 구리에 자리 잡으면 수도권 북부의 도시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고 연관 기업 유입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역 소비 확대, 도시 브랜드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소득세와 주민세 등을 합친 연간 지방세수 증가 규모는 약 80억원으로 추산했다. 확보된 세수는 복지와 교통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공공서비스 확충에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연간 80억원의 산출 기준과 본사 이전 인원, 연관 기업 유치 규모, 지역주민 고용 목표는 향후 구체적으로 공개돼야 한다. GH 이전 효과가 시민의 기대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전 일정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단계별로 확인할 수 있는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신 시장은 지난 7월 22일 도지사·시장·군수 간담회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에게 GH 이전 절차 재개를 건의하며 “임기 내 최우선 과제로 삼아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시는 6일 오전에도 경기도 주택도시실장과 경기도의원, GH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전 추진 간담회를 열었다. 올해 하반기 임시청사를 확보하고 내년 상반기 직원들의 구리 근무를 시작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 재난 대응·공사장 안전도 강화
이날 브리핑에서는 광복절 경축행사와 여름철 재난 대응, 을지연습, 대규모 공사장 안전관리 대책도 함께 발표됐다.
시는 오는 15일 제81주년 광복절 경축행사를 열고 독립유공자와 유가족의 이동·안전 지원, 냉방 대책, 구조사와 구급차 배치 등 폭염 대응체계를 가동한다. 노은 김규식 선생의 시민참여형 추모문화제와 유해 봉환사업을 추진하고, 아천리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심점봉 선생의 독립유공자 서훈에도 협력할 계획이다.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비해서는 급경사지와 산사태 우려 지역, 지하차도, 하천변 도로 등에 대한 예찰과 통제를 강화한다. 무더위쉼터와 도로 그늘막, 살수차, 쿨링포그를 운영하고 취약계층 안부 확인과 생수 지원도 병행한다.
오는 18일부터 3박 4일 동안 진행되는 2026년 을지연습에는 10개 기관, 200여명이 참여한다. 전시 전환 절차 숙달과 현장 대응력, 유관기관 공조체계 점검이 핵심이다.
관내 12개 대규모 공사 현장에는 CCTV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 공사장 안팎의 낙하물 위험구역과 공사 차량 진출입로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소음·분진 저감 대책과 현장 점검도 강화할 방침이다.
구리시의 이번 결정은 서울 편입이라는 상징적 목표에서 GH 이전이라는 실행 가능한 사업으로 시정의 무게중심을 옮긴 선택이다. 이제 정책 전환의 성패는 철회 선언 자체가 아니라 GH 임시청사 확보와 근무 인원 확정, 본사 이전 일정, 세수·고용 효과를 얼마나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실현하느냐에 달렸다.
[ⓒ 애플온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