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다.
이 숫자를 단순히 주민등록상의 나이로만 볼 수 있을까.
법 앞에서는 나이와 지위, 종교와 신분을 따져서는 안 된다. 죄가 있다면 누구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95세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고, 종교 지도자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아서도 안 된다.
그러나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95세 피고인에게 신체의 자유를 계속 박탈해야 할 만큼 구속의 필요성이 절박한가 하는 질문 역시 사법부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이만희 총회장은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은 지난 6월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고 상황도 달라졌다. 재판 절차가 시작됐고 이 총회장 측은 보석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8월 21일 보석 심문을 진행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병원 진료를 이유로 9월 1일부터 4일 오후 6시까지 구속집행 자체를 정지했다.
여기서 묻고 싶다.
병원 치료를 위해 구속집행까지 멈춰야 하는 95세 피고인을 다시 구치소로 돌려보내 계속 구금하는 것이 과연 반드시 필요한가.
◆ 유죄라면 처벌하면 된다
이 문제는 신천지를 옹호하느냐 비판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만희 총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재판을 통해 밝혀야 한다. 검찰은 증거로 입증하고 피고인은 반박하며, 법원은 그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유죄라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러나 확정판결 이전의 구속은 형벌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형사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속은 처벌의 수단이 아니라 형사절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사용돼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이 95세라면 이야기는 더욱 무거워진다.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 하루의 구금과 90대 노인에게 하루의 구금은 신체적으로 같은 하루일 수 없다.
나 역시 나이가 들면서 허리가 아파 수시로 누워 있어야 할 때가 있고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나이가 들면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고 몸을 쉬게 하는 것 자체가 일상이 된다.
하물며 95세의 몸은 어떻겠는가.
고령은 면죄부가 아니다. 그러나 고령과 건강 상태는 신체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판단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현실적 조건이다.
◆ 병원 치료를 허용했다는 사실이 던지는 질문
이번 구속집행정지는 그래서 의미가 작지 않다.
법원이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구속집행을 정지했다는 것은 적어도 피고인의 건강 문제와 치료 필요성을 사법절차 안에서 고려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한 걸음 더 물어야 한다.
치료가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구치소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인가.
보석에는 여러 조건을 붙일 수 있다. 주거를 제한하고 법원이 지정하는 조건을 준수하도록 할 수 있으며, 재판 출석을 담보하는 장치도 마련할 수 있다.
구속하지 않는다고 재판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불구속 재판은 면죄가 아니다.
오히려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 법정에서 증거와 법리로 유무죄를 끝까지 가리는 것 역시 사법 정의다.
◆ 95세의 구금이 '선고 전 형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구속이 사실상의 선고 전 형벌처럼 작동하는 상황이다.
사회적 비난이 크다는 이유로, 혐의가 중하다는 이유만으로 구속 자체가 처벌의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아직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그 사람이 누구인가”보다 “계속 가둬둬야 할 이유가 지금도 충분한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95세 초고령 피고인이라면 법원은 구속을 유지함으로써 얻는 형사절차상의 이익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인권상의 위험을 더욱 엄격하게 비교해야 한다.
이는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법이 사람을 다룰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비례와 절제에 관한 문제다.
◆ 사법부는 이제 보석 여부에 답해야 한다
나는 이만희 총회장의 무죄를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판단은 기자도, 여론도, 종교계도 아닌 법원이 해야 한다.
내가 묻는 것은 단 하나다.
95세의 피고인을 반드시 구치소에 가둬놓아야만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가.
증거인멸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법원이 그 근거를 판단하면 된다. 구속이 아니더라도 이를 차단할 조건과 방법이 있다면 그것 역시 검토해야 한다.
사법의 엄정함은 사람을 오래 가둬두는 데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죄가 있다면 증거에 따라 정확하게 처벌하고, 그 과정에서는 누구에게나 헌법이 보장하는 방어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주는 것. 그것이 더 강한 사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법원은 이미 병원 치료를 위해 잠시 구속의 문을 열었다.
이제는 그 문을 다시 닫는 것만이 답인지 판단해야 한다.
유무죄는 법정에서 가리면 된다.
그러나 판결도 내려지기 전에 95세 노인의 남은 시간이 사실상의 형벌이 되어 흘러가게 해서는 안 된다.
사법부가 보석 여부에 대해 신속하고도 인권적인 판단을 내리기를 촉구한다.
이성애 애플온뉴스 발행인·편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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