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선거일이다.
아침 일찍 투표소 앞에 줄을 선 시민들의 얼굴을 보면, 그 표정 하나하나에서 이 나라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누군가는 기대를 품고, 누군가는 분노를 안고, 또 누군가는 막연한 희망을 쥔 채 그 줄에 서 있다. 저마다의 이유는 다르지만, 그들이 그 자리에 나온 이유는 하나다. 내 삶을 내가 결정하겠다는 의지.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우리는 가끔 선거를 가볍게 여긴다. "어차피 바뀌는 게 없다"는 냉소, "누굴 뽑아도 마찬가지"라는 체념이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그 마음을 탓하기 전에, 그런 마음이 왜 생겨났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수없이 반복된 실망,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이 시민의 마음을 닳게 만든 것이다. 그 상처는 진짜다.
그러나 그 상처를 이유로 투표장을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목소리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다. 시민이 끊임없이 참여하고 감시하고 요구할 때만 비로소 작동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이다. 투표는 그 참여의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형태다.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역사는 반복해서 대답해 왔다. 단 몇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선거가 얼마나 많았는지. 단 한 명의 당선인이 바뀜으로써 한 지역의 예산이, 한 나라의 정책이 완전히 달라진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지. 숫자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행사하는 한 표는, 숫자 이전에 하나의 의사 표시이고, 하나의 존재 증명이다. "나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여기 있다"는 선언이다.
특히 오늘 이 자리에서 젊은 세대에게 당부하고 싶다. 지금의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투표다. 변화는 광장에서만 오지 않는다. 조용히 기표소 커튼을 닫고 도장을 찍는 그 순간에도 온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세련된 태도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것은 착각이다. 정치가 우리 삶을 외면하지 않듯, 우리도 정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선거는 단지 대표자를 뽑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행위다. 복지냐 성장이냐, 안보냐 평화냐, 개인이냐 공동체냐.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우리는 오늘 투표로 제시한다. 완벽한 후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 그것이 성숙한 시민의 자세다.
또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오늘 하루만큼은 서로에 대한 적대를 잠시 내려놓았으면 한다. 선거철이면 우리 사회는 극도로 분열된다.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웃을, 친구를, 가족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우리는 결국 같은 땅 위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이후에도 우리는 같은 골목을 걷고 같은 시장에서 장을 본다. 다름을 인정하되,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 또한 민주시민의 덕목이다.
투표를 마친 뒤에는 결과를 기다리며 다시 한번 다짐해 주시기 바란다. 누가 당선되든, 시민의 역할은 선거일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당선된 사람이 약속을 지키는지 감시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비판하고, 옳은 일을 하면 지지하는 것. 그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속에서만 정치는 비로소 시민을 위한 것으로 남을 수 있다.
오늘 하루,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주시길 바란다. 그 한 표가 모여 이 나라의 오늘을 만들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을 만든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 속에 있지 않다. 오늘 당신이 투표소를 향해 내딛는 그 한 걸음 속에 살아있다.
본 칼럼은 발행인의 개인적 견해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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