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성장은 했는데 왜 더 공허해졌나”… 물질문명 시대, 종교의 역할을 묻다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5-26 20:05:01
신복동 스님 “이제는 인간 중심 아닌 생명존중 문명으로 전환해야”
[애플온뉴스=이성애 기자] “성장은 했지만 행복해졌는가. 편리해졌지만 왜 더 외로워졌는가.”
부처님오신날 연등이 꺼진 뒤에도 남는 질문이 있다. 눈부신 기술 발전 속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갖게 됐지만, 동시에 우울과 고독, 환경 파괴와 갈등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떠안고 있다. 종교 역시 신도 감소와 세속화, 청년층 이탈이라는 현실 앞에서 방향을 고민하는 시대가 됐다.
한국불교 법화종 종정 신복동 스님은 26일 평인사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발전의 시대가 아니라 방향 전환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종교적 메시지를 넘어 현대 문명에 대한 성찰과 종교의 역할을 던진 것이다.
◆ 인간 중심 문명이 남긴 그림자
오늘날 사회는 인간의 편리와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 더 큰 집, 더 빠른 이동, 더 많은 소비는 곧 발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 공동체 붕괴가 현실이 되고 있다.
신복동 스님은 이러한 원인을 인간 중심 사고에서 찾았다. 그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균형이 깨졌다”며 “지금 나타나는 기후변화와 재난 역시 자연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보호라는 말도 인간 중심적 표현”이라며 “보호가 아니라 존중의 개념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단순한 환경보호 운동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 “종교도 근본은 하나”… 포용의 시대
신복동 스님은 인터뷰 내내 ‘하나’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그는 “남자와 여자, 인종과 문화, 종교가 다 달라 보여도 근본은 하나”라며 “표현이 다를 뿐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름을 인정하되 근본이 하나라는 것을 알아야 갈등이 사라진다”고 했다.
실제로 종교 간 갈등과 배타주의는 오랫동안 사회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정 종교와 집단이 우월하다는 인식은 오히려 갈등을 확대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복동 스님은 “선민의식은 사람을 분리하고 싸움을 만든다”며 “역할만 다를 뿐 귀하고 천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청년이 떠나는 종교… 문제는 신앙인가 시대인가
최근 종교계는 청년층 감소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반면 최근 열린 불교박람회에는 예상보다 많은 청년들이 몰리며 관심을 끌었다. 이에 대해 신복동 스님은 “젊은이가 오면 종교도 젊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외형 변화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종교가 세상을 따라가면 망한다. 오히려 세상이 잘못 가고 있으면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종교가 트렌드를 좇기보다 시대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 성장의 끝에서 다시 묻는 질문
한국 사회는 세계적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을 이뤘지만 OECD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낮은 행복지수, 심화되는 공동체 해체 문제도 함께 안고 있다.
신복동 스님은 현대인의 공허함에 대해 “변하는 것을 붙잡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물질은 영원하지 않다. 변하는 것을 추구하면 결국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부처님오신날은 지나갔다. 그러나 종교가 던지는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발전인지, 아니면 어디를 향해 가는지 방향을 묻는 것이 발전인지.
어쩌면 지금 종교가 던져야 할 화두는 믿음보다도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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