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한 걸음마다 쉼이 된다”… 자연치유도시 제천, 의림지에서 만난 초여름 힐링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5-06 11:24:45
오리배 타고 숲길 걷고 건강밥상까지
삼한시대 저수지서 시작된 대표 명소
[애플온뉴스 제천=이성애 기자] “바람만 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가정의 달을 맞은 지난 5일 어린이날 연휴를 맞은 충북 제천시 의림지 일대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서울에서 온 이애경(40·여·중랑구) 씨는 소나무 숲에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나누며 초여름의 여유를 즐기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부모들은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춘 시민들의 얼굴에는 오랜만의 평온함이 묻어났다.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의림지는 삼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전해지는 국내 최고(最古) 수준의 인공저수지 가운데 하나다. 오랜 세월 제천 농업용수를 책임져 온 역사·생태 공간으로, 울창한 노송과 호수 풍경이 어우러져 사계절 관광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에는 의림지와 용추폭포, 역사박물관, 둘레길 등이 연계되며 가족 나들이와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 오리배 떠다니는 호수… 어린이 웃음소리 가득
의림지 아래쪽 연못에는 형형색색 오리배가 호수 위를 천천히 떠다니고 있었다. 잔잔한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오리배 주변으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어린이날 연휴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놀이기구 주변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붐볐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호수 주변 산책길을 걸었고, 곳곳에서는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수원 권선구에서 가족과 함께 제천을 찾은 손영희(60대) 씨는 “서울과 수도권 근교 관광지는 사람이 너무 많아 복잡한데 제천은 비교적 한적하고 자연이 살아 있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특히 의림지는 소나무 숲과 호수가 함께 있어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주들과 오리배도 타고 산책도 하니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며 “요즘처럼 지친 시대에 이런 자연 공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 “걷기만 해도 치유”… 의림지한방치유센터 인기
위쪽 연못 방향으로 이동하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유럽풍 분위기가 느껴지는 산책길과 정원형 공간이 이어졌고, ‘JECHEON’ 영문 조형물이 관광객들의 포토존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약 1㎞ 둘레길에는 산들바람이 불어왔고, 시민들은 천천히 걸으며 자연 속 여유를 만끽했다. 수변전망대와 비룡담 주변에서는 연신 사진 촬영이 이어졌고, 벤치마다 여행객들이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특히 의림지한방치유센터는 최근 제천이 추진 중인 ‘자연치유 도시’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제천은 한방과 약초 산업이 발달한 도시로, 자연과 치유를 결합한 관광 콘텐츠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건강과 쉼을 함께 경험하려는 중장년층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단순 관광지를 넘어 ‘머물며 치유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 노원구에서 친구들과 방문한 김모(50대) 씨는 “요즘은 여행도 단순히 보는 것보다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장소를 찾게 된다”며 “제천은 공기부터 다르고 조용해서 다시 오고 싶은 도시”라고 말했다.
◆ 역사·자연 공존… 의림지 역사박물관
의림지 한편에 자리한 역사박물관에는 제천의 농경문화와 의림지의 역사적 가치가 담겨 있었다. 시민들은 전시관을 둘러보며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제천의 물 문화와 생활상을 살펴봤다.
의림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지역 농업과 주민 삶을 지탱해 온 생활 기반이었다. 지금도 제천 시민들에게 의림지는 ‘휴식 공간’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품은 상징적 장소로 남아 있다.
박물관을 둘러본 관광객들은 다시 숲길과 호수 주변으로 나와 자연 풍경을 즐겼다.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의림지가 가진 공간적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 “몸도 마음도 쉬어간다”… 약초 건강밥상 눈길
의림지 일대를 둘러본 관광객들의 마지막 코스는 제천의 한방 약초를 활용한 건강밥상이었다. 지역 식당에서는 황기와 각종 약초를 활용한 건강식 메뉴들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관광객들은 “걷고 쉬고 먹는 과정 자체가 치유 같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 시간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국내 관광 트렌드가 ‘소비형 관광’에서 ‘체류형·치유형 관광’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제천은 자연과 한방, 역사와 힐링을 결합한 도시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오래된 호수,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풍경까지. 초여름의 의림지는 시민들에게 잠시 삶의 속도를 늦추라고 조용히 말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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