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경고다
“밥은 굶지 않아도 말할 사람이 없다”… 사람을 살리는 건 결국 사람

[애플온뉴스=이성애 발행인] 최근 ‘고독사’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뉴스에서는 홀로 생을 마감한 어르신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우리 주변에서도 “혼자 사는 어르신이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듣는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독거노인 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다. 진짜 심각한 것은 사람 사이의 연결이 점점 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며칠 전 어버이날을 맞아 한 무료급식소와 경로당 현장을 찾았다.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의 손을 잡아드리고 말벗이 되어드리자 몇몇 어르신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고맙다.” “누가 이렇게 손 잡아주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오랜 외로움이 묻어 있었다.
한 어르신은 조용히 이런 말을 꺼냈다. “밥은 굶지 않아. 그런데 말할 사람이 없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는 흔히 노인 문제를 경제적 빈곤 중심으로 바라본다. 물론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결핍은 ‘관계의 부재’였다. 냉장고에 음식이 있어도, 정부 지원이 있어도, 하루 종일 단 한 사람과도 대화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삶은 또 다른 고통일 수밖에 없다.
고독사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이 아니다. 오랜 시간 사회와 단절된 채 천천히 무너져가는 과정에 가깝다.
누군가의 안부 전화 한 통, 짧은 방문 한 번, “잘 지내시냐”는 인사 한마디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외로움이 이제 일부 어르신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1인 가구 증가, 가족 해체, 비대면 사회 확산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혼자 살아가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람의 온기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키오스크가 사람을 대신하고 AI가 상담을 돕는 시대다. 행정과 복지도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편리함은 커졌다. 그러나 기술이 사람의 체온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외로움을 치유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관심과 관계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정책만이 아니다. 지역사회 안에서 서로를 살피는 작은 연결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경로당을 찾는 자원봉사자, 독거노인을 챙기는 이웃, 안부 전화를 건네는 주민센터의 손길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어버이날 하루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행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범한 일상의 관심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절실히 회복해야 할 공동체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초고령사회 속에서 ‘고독사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막을 것인지, 아니면 무관심 속에 서로를 잃어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사람은 밥만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결국 사람을 살리는 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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