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인구 1000만 시대… 돌봄 수요 급증
국가·지자체 공동 부담 구조… 지역 격차 우려
“1인 1돌봄 이상적… 현실은 인력 절대 부족”

▲ 임춘식 명예교수가 한 방송국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캡쳐)
[애플온뉴스=이성애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정부가 추진하는 ‘통합돌봄법’이 오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노인·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가 지역사회에서 통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대와 함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재정과 인력 문제를 둘러싼 현실적 한계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복지 분야 원로 학자인 임춘식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방향은 맞지만, 실행 구조는 매우 불안하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정책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초고령사회 진입… “돌봄 수요는 이미 폭발 단계”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약 100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20%에 육박한다. 이미 ‘초고령사회’ 진입 문턱에 들어선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증가 속도다. 2035년에는 노인 비율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장기요양·재가 돌봄 등 복지 수요는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임 교수는 “지금의 돌봄 문제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재 진행형’”이라며 “독거노인 증가, 치매 환자 확대, 가족 돌봄 기능 약화까지 겹치면서 돌봄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건복지부 자료에서도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2015년 약 46만 명에서 2024년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돌봄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일본은 이미 2015년부터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도입해 의료·복지·돌봄을 통합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임 교수는 “일본 역시 매우 이상적인 모델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정 부담과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유사한 구조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같은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제도의 방향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라고 강조했다.
◆ “재정은 제한, 대상은 확대”… 구조적 모순
임 교수가 가장 강하게 지적한 부분은 ‘재정 구조’다.
그는 “돌봄 대상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재정은 한정돼 있다”며 “이 상태에서는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 재정 추계에서도 고령화로 인한 복지 지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노인복지 관련 지출이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방재정 부담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통합돌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나눠 부담하는 구조다.
임 교수는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는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에서는 서비스 수준 격차가 불가피하다”며 “결국 지역 간 복지 불균형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돌봄 정책의 또 다른 축은 ‘인력’이다.
임 교수는 “통합돌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실상 1인 1돌봄 수준의 촘촘한 체계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재 인력 구조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현재 요양보호사 등 돌봄 인력은 수요 대비 부족한 상황이며, 낮은 처우와 높은 노동 강도로 인해 이탈률도 높은 편이다.
그는 “돌봄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수행하는 서비스”라며 “인력 확보와 처우 개선 없이 제도만 확대하면 현장은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 ‘혜택과 사각지대 동시에 발생’ 불만 구조 내재
임 교수는 통합돌봄법 시행 이후 필연적으로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모든 국민을 완벽하게 포괄하는 정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결국 일부는 혜택을 받고, 일부는 배제되는 구조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대상자 선정 기준, 서비스 우선순위, 지역별 재정 여건 등에 따라 체감도 차이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임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 기대치가 높을수록 오히려 불만도 커질 수 있다”며 “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각지대 최소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통합돌봄법의 핵심을 ‘정책 설계’가 아닌 ‘운영 구조’에서 찾았다.
그는 “좋은 정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며 “문제는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재정과 인력, 그리고 지역 간 균형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돌봄은 단기간 성과를 내는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제도”라며 “현실을 반영한 단계적 확대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합돌봄법은 결국 ‘누가, 얼마나,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제도의 이상보다 재정과 인력이라는 현실이 더 빠르게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설계 단계부터 치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이상과 현실 사이’… 통합돌봄의 시험대
통합돌봄법은 고령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실행이 어려운 정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임 교수는 마지막으로 “지금은 정책을 시작하는 단계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설계해야 하는 단계”라며 “이상적인 목표보다 현실적인 실행 전략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방향이 틀려서가 아니라, 현실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통합돌봄법 역시 그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 임춘식 명예교수 프로필
-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 중국문화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
- 민주화운동공제회 이사장
- 제10대 71동지회 회장
- 2014년 노인복지학술대상
- 저서 ‘노인복지학 개론’, ‘성은 늙지 않는다’ 등
- 現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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